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詩)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詩人)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문학과지성사, 1979-
김광규(金光圭, 1941년 1월 7일 ~)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문학과 지성’을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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