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소설이지 싶다.
아, 시집도 읽어야지. 겨울, 동면해야 하니까.
문자수선공 부끄럼(박진영)이란 분 얘기로는 어쨌거나 《다각애》라는 소설은 잘 쓴 소설이 절대 아니란다. 군데군데 번안 냄새가 풍기기도 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특히 4장을 지나면서 뒤죽박죽이 되다가는 끝내 엉망진창으로 마무리된 졸작임에 틀림없다네. 그렇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성뜯은길’과 자치파와 장로파의 교회분규 외에 1920년대 대구 지역의 ‘장소’나 사건에 대한 기록을 살필 수 없었다. 자치파를 이끈 분은 이만집 목사로 대구의 삼일 운동을 주도하였고 그 후손은 지금 인천에서 교인 6만을 자랑하는 숭의 감리교회 담임 목사를 세습하고 있단다.
아무튼 다각애는 나쁜 놈이 저지른 다방면의 연애로 인해 격노한 여성들의 남성을 향한 투쟁으로 시작하여 그냥 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는 이야기(그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신사를 만나)로 꽁지 내리는 소설이다. 평양 S대(숭실이지 뭐)를 나와 마산에서 교원 노릇하는, 피아노를 잘 치고 노래 잘 하는 김준원은 대구에서 김순희와 사귀어 약혼까지 한 상태에서 마산에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약한 구옥희와 사귀다가 그 친구인 옥렬이와 결혼해 버렸다.
이에 세 여성이 삼각동맹을 맺어 준원에게 앙갚음을 하려 했지만 경주에서 올라온 김순희는 상주 사람 변호사 이응호를 만나 결혼한다. 상주 사람 이응호는 순희가 정조를 잃은 파물이라며 자격이 없다고 하자, 자신도 동남이 아니며 일찍이 다른 여성에게 접속되어 첫사랑을 잃었으며 남의 여자에게 애타는 가슴에 불을 질러 준 일도 있다면서 이후로는 다시는 그런 말 말라며 결혼식을 올린 거지. 순희는 약혼한 상태에서 해인사 놀러 갔다가 단 1회 강제로 몸을 준 것이고 그 이후로는 절대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고.
구옥희는 부산 가덕도에서 요양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인신매매되고, 겁탈당할 뻔하다가 다쳐 세브란스 병원에서 응급실에서 어릴 때부터 연모해 왔던 장보은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 장보은은 마산 있을 때부터 옥희를 연모했고, 가덕도에서 병원 일을 도와줄 때도 옥희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였다. 그러고 보니 이놈 하는 말이 죽인다. 이놈은 “어머니 안 계신 것이 철천지 한이 되더니 이제 아내만 얻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까지 얻었으니 이런 기쁠 때가 없다”며 “염려 말고 서울로 같이 가서 살자” 한다. 에이 나쁜 놈.
옥렬이도 아들을 낳아 애 아빠를 지난날을 회개하러 금강산에 들어가 있는 준원을 찾아 나선다. 그만 하면 되었다는 게지. 그리고 준원이 나쁜 짓한 두 여성도 좋은 남자 만나 잘 살고 하니. 애에게는 애 아버지를 찾아주어야 하는 거고. 끝.
결론 상주 사람은 좋게 묘사되어 있다는 거지.
90년 전의 소설이다.
참고 : http://bookgram.pe.kr/120152440688
"아아! 지공무사하신 하나님! 이 악독한 대구청년들을 일시에 몰살을 시켜 줍소서!"
<<다각애>>(1925, 정문사), 13쪽.
2016년 11월 24일부터 읽기 시작한 책.
뭐 소설이나 읽고 그러지 하면서 말이지.
다 읽을랑가는 몰라도.
국회도서관과 고려대학도서관에만 비치되어 있는 귀한 책
웨! 또 오지오 가 보아서 또 오고 싶으면 오고 말고 싶으면 말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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